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정치인들

지난달, 중국 상무부는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의 시연 동영상을 공개하며 CBDC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중국 상무부는 추후 CBDC 프로그램 운영을 본격화할 것을 시사했다. 미국 규제당국에서도 암호화폐 혁신를 둘러싼 지원책 발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소속된 보스턴 연방은행은 디지털 달러 상용화를 놓고 30개 이상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미국 통화감독국(OCC)은 은행이 암호화폐 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허가했다. 이는 암호화폐 산업과 전통 금융산업의 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조치이다. 미국이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채택한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앞서 2014년부터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암호화폐 자산을 주시해왔다. 암호화폐 강세장이 발생한 2017년 이후부터는 다른 규제 기관들도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정치인들도 암호화폐 채택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3년, 정치 후원금으로는 최초로 암호화폐를 받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암호화폐 후원금은 일리가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추적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방선거위원회(FEC)는 지난 2014년 5월,  선거운동 관련 후원금에 대한 규제 지침을 발표했다. 이로써,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은 2017년보다 3년 전부터, 정치활동위원회(PAC)는 소액의 암호화폐 후원금을 받았다. 연방선거위원회는 후원금 수령에 대한 정보 공개는 물론,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정확한 가치평가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후원금으로 받기 시작한 최초의 정치인은 IT 출신 공화당 소속 앤드류 헤밍웨이(Andrew Hemingway)이다. 헤밍웨이는 지난 2014년 뉴햄프셔의 최연소 주지사 후보로 비트코인 후원금을 최초로 받았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 억만장자’ 인구가 있는 뉴햄프셔에서 비트코인으로 후원금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앤드류 헤밍웨이, 2014년 뉴햄프셔 주지사 후보

실제로 헤밍웨이의 전체 정치 후원금의 20%는 비트코인이 차지했다. 비록 주지사 당선에서는 떨어졌지만 정치계에서의 암호화폐 후원금을 주도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그 후, 뉴욕의 민주당 소속 패트릭 넬슨(Patrick Nelson)도 지난 2018년,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인 비트페이(Bitpay)를 통해 비트코인 후원금을 받았다.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또 다른 정치인으로는 하원의원 출신 공화당 소속 신디아 루미스(Cynthia Lummis)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와이오밍 대표 상원의원 1차 경선에서 승리한 인물로, 지난 2013년에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한 바 있다. 공화당의회위원회(NRCC) 의장인 톰 에머(Tom Emmer)도 재선을 위해 비트코인 후원금을 받기로 결정했다. 암호화폐 후원금 채택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Joe Biden)은 비트코인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지만 그 동안의 행보를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입장을 파악할 수 있다. 일단, 바이든은 IT 지지자로 알려져있다. 그는 비트코인 후원금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2016년 정치행동위원회의 비트코인 후원금 정책을 지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바이든 부통령이 기술과 혁신을 지지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든 정치인들이 이 같은 행보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공개 비난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의 비판적인 시각으로 인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채택이 늦춰졌던 것은 사실이다. 클레이튼은 지난 6월, 맨하튼 차기 연방검사로 임명되면서 증권거래위원회의 차기 수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암호화폐에 개방적인 인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후보로 ‘암호화폐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헤스터 피어스(Hester Pierce)가 거론되고 있다. 앞서 공화당 소속인 피어스는 비트코인 ETF 상정을 거부한 증권거래위원회를 저격한 바 있다. 그녀는 또, 증권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유예 기간을 연장시킴으로써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졌다. 그녀의 업적을 일일히 나열할 수는 없지만, 별명만으로도 그녀의 영향력과 인기가 암호화폐 산업에서는 널리 퍼져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그녀가 크레이튼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암호화폐의 어머니’가  증권거래위원회의 수장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통화감독국의 의장들은 암호화폐에 대해 친화적이다. 피어스가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된다면, 미국의 주요 금융 규제 당국들은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야기되는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암호화폐 산업이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이다.